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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로 시작해 가슴을 지나, 다시 머리로 끝나는 소리의 여정

JYPE · SOUND LAB 이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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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본인 소개와 팀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SOUND LAB 실장 이태섭입니다. 저희 부서는 JYP에서 제작되는 모든 음원의 녹음, 편집, 믹싱 전 과정을 총괄하며, 최상의 사운드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전문적인 디렉팅 역할을 수행합니다. 또한, 공연장 지원 업무도 병행하며, 현장 음향 파트너사와 긴밀히 협업해 공연 사운드 디자인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저는 실장으로서 이러한 음원 제작과 공연 사운드 전반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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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전공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레코딩 엔지니어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보통 공대에 밴드 동아리가 많은 편이잖아요. (웃음) 저도 중학교 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계속 밴드 활동을 했습니다. 주변에도 물리학과 출신으로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음악을 하는 선택이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다만 음악이 굉장히 재미있기는 했지만, 연주자나 보컬로서 무대에 서는 것보다는 기기나 구조처럼 근본적인 부분을 다루는 데 더 흥미가 있었습니다. 물리학을 전공하다 보니 장비를 다루는 일에도 자연스럽게 익숙했고요. 그러다 보니 가수 한 명이 무대에 서기까지 그 뒤에 숨어 있는 수많은 요소들에 더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무대 뒤에서 음악을 완성하는 역할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엔지니어의 길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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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튜디오를 거쳐 JYP에 합류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나요?

저는 원래 록(Rock) 음악을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원더걸스의 오랜 팬이었어요. 1집 ‘아이러니’ 때부터 좋아했는데, 그때부터 막연하게나마 ‘언젠가 저런 음악을 만드는 곳에서 일해 보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여러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며 음악 작업을 이어가던 중, 당시에는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JYP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고, ‘JYP라면 음악을 더 즐기면서, 오래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그 선택 덕분에 지금까지 10년 넘게 여기에서 일을 하고 있네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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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엔지니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무엇이고, 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최근에는 대학이나 유학 등 교육 기관을 통해 기술적, 음악적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학교에서는 주로 ‘아티스트’나 ‘레코디스트’로서의 전문 기술을 배우고 오시죠. 하지만 막상 입사하면 이곳은 ‘회사’라는 현실에 마주하게 됩니다. 단순히 믹싱 프로그램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제반 업무와 행정적인 일들을 함께 처리해야 하거든요. 이 과정에서 ‘나는 음악 하러 왔는데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지?’라는 괴리감을 느끼며 초반에 당황하거나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신입 엔지니어가 잘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업무 파악 능력’과 ‘판단 속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이 상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정리해 나갈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신입 채용 시 제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역량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입니다. 저희는 기술자이자 회사원이지만, 동시에 서비스직의 성격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음악과 소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영역이다 보니, ‘시원하다’, ‘답답하다’처럼 모호한 표현을 정확한 사운드로 구현하려면 끊임없이 소통을 통해 의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대화 태도가 지나치게 날카롭거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어렵죠.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호감을 주고, 매끄럽게 소통할 수 있는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신입 엔지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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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링은 기술적인 'Tech'와 감각적인 'Art'의 균형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태섭님께서 생각하시는 업무 수행에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인가요?

박진영 씨의 말씀에 제 생각을 더해, ‘머리로 시작해서, 가슴으로 진행하고, 다시 머리로 끝내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먼저 ‘머리로 시작하라’는 것은 철저한 설계를 의미합니다. 무작정 작업에 착수하기보다 업무의 범위, 소요 시간, 필요한 협업과 지원을 빠르게 판단해 전체적인 설계도를 그리는 단계입니다. 그다음은 ‘가슴으로 진행하는’ 단계입니다. 설계된 틀 안에서 기술에만 머무르지 않고, 듣는 사람에게 기쁨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도록 감각과 감성을 최대한 쏟아붓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머리로 돌아와야’ 합니다. 작업의 몰입한 상태에서 한발 물러나, 마치 제3자가 결과물을 듣는 것처럼 냉정하게 검수하는 단계죠. 정답이 없는 음악 작업에서 최선의 결과를 찾기 위해서는, 이처럼 냉정함과 열정 사이의 균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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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작업과 공연 현장 지원은 성격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각각의 매력과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스튜디오는 이미 녹음된 소스를 가지고 나노 단위의 디테일을 챙기는 작업입니다. 반면 공연은 기세와 에너지가 중요합니다. 아티스트, 연출, 음향 감독 등 수많은 관계자의 취향과 의견을 조율해,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죠. 저는 원래 혼자 집중해서 파고드는 스튜디오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공연 현장에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조율해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과정 역시 꽤 매력적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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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실은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엔지니어가 치열하게 소통하는 공간이잖아요.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SOUND LAB만의 소통 노하우나 협업 문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희는 외부 업체가 아닌 회사 내 조직이기에, 다 같이 최상의 결과를 향해 움직이는 ‘하나의 공동체’라는 의식이 강합니다. 그래서 저는 팀원들에게 항상 ‘의견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말하라’고 강조합니다.

다만, 두 가지 원칙은 분명히 합니다. 하나는 ‘정제된 언어와 태도로 이야기할 것’, 다른 하나는 ‘의견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상처받지 말 것’입니다. 엔지니어로서 의견을 내는 것이 두려워 입을 닫는 일이 없도록,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쓰고 있습니다. 또한 업무 특성상 각자 방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다 보니 다 같이 모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틈틈이 개별적으로 찾아가 ‘면담’보다는 가벼운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고충은 없는지 묻고,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먼저 나서려고 하다 보니, 처음에는 말수가 적던 팀원들도 점점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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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엔지니어로 일하시면서 기술적, 환경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K-POP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공연·음향 인프라가 전반적으로 크게 발전했습니다. 과거에는 해외에서나 볼 수 있던 장비들이 이제는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도입되고 있고, 한글 매뉴얼이나 기술 지원도 자연스럽게 제공되고 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콘솔과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어, 엔지니어로서 기술적인 한계를 고민하기보다 완성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습니다. 이런 최적의 조건 속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점은 오랜 시간 현업에 몸담아 온 입장에서 매우 의미 있고 감사한 변화라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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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 사운드만의 특징, 혹은 차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JYP 사운드의 특징을 두 가지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바로 ‘섞임의 미학’과 ‘뿌리’입니다. 외부 작곡가와 협업하거나 해외에서 만들어진 곡을 가져와 작업하더라도, 결과물을 듣다 보면 결국 ‘JYP스럽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이는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과감하게 섞되, JYP가 오랫동안 쌓아 온 고유한 음악적 뿌리는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요소를 받아들이면서도 우리만의 색깔로 다시 해석해 내는 힘, 그 균형감각이 JYP 사운드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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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하셨을 텐데요. 엔지니어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소리를 찾아낸 순간’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는 작업을 시작할 때 스스로에게 ‘나는 이 아티스트의 찐팬이고, 이 곡을 미치도록 사랑한다’라고 일종의 최면을 겁니다. 그래야 엔지니어로서의 기술뿐만 아니라, 리스너로서의 애정 어린 마음까지 결과물에 담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인지 모든 작업이 끝나면 늘 ‘조금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그래도 해냈다는 희열이 동시에 남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원더걸스의 ‘Why So Lonely’입니다. 워낙 편곡이 훌륭한 곡이라 작업하면서 부담도 컸지만, 결과물이 차트 1위를 기록하고 동료들에게도 음악과 사운드 모두 호평을 받으면서 제 JYP 생활에서 하나의 반환점이 되어주었습니다. 최근에는 Xdinary Heroes 작업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오랜만에 강렬한 록 사운드를 다루는 재미도 컸고, 예전에 인연이 있던 윤도현 님과 회사에서 다시 만나 협업하게 된 점도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인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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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 일을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그 원동력을 한 단어로 말하면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재미없었다면 이렇게 오래 버티지는 못했을 거예요. 저는 지금도 퇴근길에 제가 작업한 결과물을 듣습니다. 일을 해야 해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즐거워서 듣는 거죠. 그러다 보면 ‘내일은 이 부분을 이렇게 한번 바꿔볼까?’하고 자연스럽게 다음 작업을 떠올리게 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아직도 설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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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JYP 입사를 꿈꾸는 예비 지원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나에게도 즐겁고,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감동이 될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일까’를 계속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만 좋은 음악은 산업 안에서 때로 ‘소비되지 못하는 결과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일에 진심으로 흥미와 열정을 가진 분들이 JYP에 와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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